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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옛말에 지피지기백전불태 라는 명언이 있다. 뜻이 뭐냐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위태롭지만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막말로 백 번 싸웠는데 백 번 다 비긴다면 이 얼마나 허무하고 시간낭비란 말인가. 조그만 땅을 허구한 날 쳐들어오는 옆나라들의 공격에 전투 게이지가 치솟은 한국인들은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옆나라에서 생겨난 말을 자기 식으로 고쳐서 만들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을 이긴다. 이 일기는 먼 훗날 전투민족의 후예인 한 소년이 선조들의 정신을 본받아 써내려간 서사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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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아 안녕? 널 만나서 참 반갑구나 나는 박지민이라고 해.

미친사람 같네 일기장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없겠지? 그냥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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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년도에는 기필코 여친을 사귀어야 한다. 18년을 살면서 한번도 못 사귀어 보다니 곧 마법사가 되겠다며 김태형이 존나 놀렸다. 빡쳐서 걔 정강이를 차며 '야 나는 못 사귀는 게 아니라 안 사귀는 거거든?' 하고 되받아쳤다. 

근데 사실 김태형 말이 맞다. 나는 여친을 못 사귀어봤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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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여신이 있다. 이름은 안희주인데 정말 이쁘게 생겼다. 까만 생머리에 피부도 엄청 좋다. 여자친구를 사귄다면 희주같은 애면 좋겠다 하고 김칫국을 들이마시곤 하지만 걔는 아무랑도 안 사귄단다. 심지어 우리 학교 킹카 고백까지 찼다. 그정도면 눈이 높고 낮음을 따질 게 아니라 아예 사귈 마음이 없는 거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 희주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 건데 만일 걔가 사귄다면 누구랑 사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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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인줄은 몰랐구나 과거의 나야. 아직도 얼떨떨하다. 밥 먹고 있는데 갑자기 희주가 내 앞에 앉은 거다. 나는 애들이랑 말하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순식간에 조용해지길래 뭐지 해서 고개를 돌렸다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희주를 봤다. 입을 열어 나온 말은 '지민아 나랑 사귀자.'였다. 나? 내가 왜 거절하겠어 그래서 오늘부터 1일이고 18년 모쏠을 탈출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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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희주랑 사귄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아 싸대기를 몇 번 때려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진짜 예뻐. 첫 여친이 이렇게 예쁜 애라니 나 정말 착하게 살았나 보다. 오늘도 가방 들어주면서 같이 하교하다가 들린 가게에서 머리핀이 갖고 싶다길래 사줬다. 그 작은 게 4만원이나 하다니 가격이 양심없었지만 희주 머리에 얌전히 꽃힌 머리핀을 보니 뿌듯했다. 아, 희주한테서 문자가 왔다. 내일 스테이크 먹고 싶대. 당연히 가야지 내 여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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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받은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다 써가지고 엄마한테 혼났다. 벌써부터 이리 헤프게 쓰면 어쩌냐고. 내가 쓴거 아니다 뭐! 다 내 이쁜 여친한테 투자한건데 엄마는 또 현질했냐며 들들 볶았다.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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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희주랑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만나겠다고 하길래 그래 하고 답을 보냈다. 근데 저녁에 버스 타고 오다가 희주를 봤다. 분명히 시골에 계신 할머니 보러간다고 했던 거 같은데 왜 있지? 벌써 돌아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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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탓인가 내 연락에 답을 하는 희주 속도가 느려졌다. 잘못한 게 있나 떠올려봤는데 앞으로 더 자랄 내 키를 걸고 맹세하건데 잘못한 게 없다. 이 얘길 김태형한테 하자 너한테 질린 거 아냐? 혹시 몰라 양다리 걸치고 있을지~ 했다. 고민상담에도 진지하게 대답하지 않는 애를 친구를 두다니 인생 헛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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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명동에 돗자리 펴야 하나 봐 어떡해. 오늘도 희주가 갑자기 바쁜 일 있어서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나는 몰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봤다. 어떤 반반한 놈을 만나러 가더라. 설마 설마 했는데 꺄르르 웃으며 그놈한테 볼뽀뽀 해주는 거 보고 깨달았다. 그 자리에 바로 달려들어 깽판치고 싶었는데 내가 털릴 것 같아 참았다. 나중에 그놈이랑 헤어지고 안희주 혼자 있을 때 나갔는데 걘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바로 태평한 표정을 지었다. 발뺌도 안 했다. 나랑은 왜 사귀었냐고 물으니까 지 말 잘 듣고 잘 사줄 것 같아서 그랬다더라. 진짜 그 말이 맞았어서 더 빡쳤다. 도도한 얼굴로 머리칼 뒤로 휙 넘기면서 내 옆을 지나갔는데 여자고 뭐고 딱 한대만 때리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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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주한테 차였다는 소식은 걔한테 고백받았던 날만큼 임팩트있게 그리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나는 졸지에 전교생한테 동정을 받는 불쌍한 놈이 되어버렸다. 아니 나 불쌍한 놈 아닌데? 강하게 주장했다가 더 동정어린 시선만 받았다. 진짜 학교 다니기 싫고 열받아 죽겠다. 이게 다 안희주 새 남자친구 때문이다 내 첫 연애를 이렇게 만든 새끼를 반드시 족쳐버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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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았던 교복을 찾아보니 옆학교더라. 이름도 알아냈다 전정국.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적을 이기려면 먼저 적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난 전정국의 뒤를 따라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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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여친을 꼬셔냈길래 양아치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르게 사는 놈이었다. 학교 끝나면 피씨방 가고 놀다가 분식집 가고. 아 그리고 친구들이랑 헤어져서 어디를 가길래 궁금해서 따라가봤더니 어느 문 안으로 쏙 들어가더라. 간판을 확인했더니 △△유도학원... 그 날 현장에서 달려들지 않았던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수십 번 나자신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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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은 의외로 안희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안희주가 막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찰싹 달라붙어 애교부리면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하면서 핸드폰 게임에만 집중한다. 뭐야 저럴거면 왜 사귀어? 어이가 없어서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고 또 큰소리 낼 뻔 했다. 근데 가만히 지켜보니 전정국 좀 예쁘게 생겼다. 반짝이는 눈동자랑 여자애들이 틴트 바른 것마냥 자연스러운 붉은 입술도 그렇고. 뭐야 이런 걸 왜 써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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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전정국 일주일에 세 번씩 유도학원 가는 거 왜 알고 있지 이쯤이면 조금 본질을 벗어난 거 같은데... 몰라 적을 깊게 알면 알수록 좋은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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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전정국이랑 같은 유도학원을 다니게 됐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오늘도 전정국의 뒤를 쫓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3층에서 멈춘 엘레베이터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10초 정도를 세고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 보통 전정국이 신발을 다 벗고 안으로 들어간 후이기에 내가 완벽하게 전정국을 감시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팔짱을 끼고 나를 기다리는 전정국을 보고 너무 놀라서 쓰러질 뻔 했다. 저번부터 자기 따라다니는 거 봤다고 유도학원 다니고 싶은데 용기 없어서 등록 못하는 거 아니냐며 자기가 같이 가줄 테니 등록하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 나 끌고 나서 신청서를 작성시켰고 얼결에 다니게 됐다. 등록 다 하고 나자 눈치채줘서 고맙냐며 은근히 뿌듯해하며 웃던데 전정국 진짜 눈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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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에 먹는 떡볶이는 꿀맛이었다. 전정국이랑 학원 끝나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거다. 보니까 새로 생긴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었다. 전정국이랑 나란히 서서 먹었는데 약간 뭘 탄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예전에 전정국 뒤를 몰래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이젠 같이 서서 떡볶이도 먹으니까 기분 되게 이상했다. 돌아오면서 막 이야기 했는데 나같은 애를 친구로 둬서 되게 좋고 그렇다고 했다. 나도 어어! 하고 받아쳐줬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전정국 나랑 왜 친해졌는지 이유를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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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줘야 하나? 사실 안희주 전남친이 나인데 사실 널 좆되게 만드려고 따라다녔던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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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날을 고민하다가 결국 말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사실 널 따라다닌 거라고. 전정국은 그걸 듣고 잠시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그러나 안희주가 정말 그런 애였냐며 물어왔다. 그때 나랑 사귀는 중이었던 것도 몰랐다고 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몰라? 라고 되물으려다가 얘는 내가 지난 시간을 내가 따라다니는 것마저도 눈치채지 못했던 터라 납득했다. 지금도 자길 좆되게 만들고 싶냐고 했다. 청순한 얼굴로 좆이니 뭐니 하니 언발란스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전정국은 그럼 됐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서는 안희주랑 헤어져야겠다고 했다. 양다리를 걸치는 애라면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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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학교를 갔는데 안희주가 울고불면서 전정국 어쩌고 하면서 난리치길래 전정국이 정말로 안희주한테 이별통보를 했다는 걸 알았다. 눈치는 없는데 행동은 빠르구나? 암튼 마스카라 범벅이 되어가지고 질질 짜는데 솔직히 통쾌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 이따 전정국 만나면 느낀 내 기분을 전달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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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했다. 전정국이랑. 키스 맞지? 맞네. 헐 어떡해 전정국이랑 키스했어..... 이게 진짜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는데 팩트는 우리가 키스를 했다는 거다. 아니, 시작은 분명 안희주를 질질 짜게 만들어준 전정국한테 고맙다는 말로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걔 뒷목을 붙잡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어쩌다 도중에 키스로 넘어간 건지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안 나온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느낀 게 있다면 전정국 입술 되게 말랑했어... 그래서 숨 막혀서 나 밀어내려는 팔도 붙잡고 계속 한 거 같은데... 한참동안 걔 입술을 집어삼키다가 숨이 막혀서 떨어지고 나자 붉어지고 물기가 그렁그렁한 전정국 눈이 들어왔다. 당황해서 뭐라도 말하려고 했는데 주먹으로 내 배 퍽 치고 뛰어가버렸다. 아직도 아프긴 한데.. 설마 전정국 울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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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전정국을 못 봤다. 성실한 애인데 월요일이랑 수요일에 있던 유도 학원을 모두 빠졌다. 얘 나 피하는 거 맞지. 답답해서 전정국한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가 그제야 전정국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내일부터는 학교 앞에서 기다려야겠다. 죽치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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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친 지 사흘 만에 전정국을 만났다. 하교 시간이 한참 끝난 뒤에서야 나오는데 나는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모습이 전정국인걸 한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전정국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를 보자마자 뒤돌아서 학교 안으로 막 뛰는 거다. 덕분에 나도 전정국을 쫓아서 막 뛰었다. 타학교 학생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수위 아저씨가 뭐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막 뛰었다. 한참동안 뛰다 겨우 후문 창고 앞에서야 전정국을 붙잡았다. 힘들어서 말도 못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전정국이 막 울면서 화를 냈다. 왜 키스했냐고 나 때문에 자기는 혼란스러워서 미칠 것 같은데, 알아서 정리하다 가려 했는데 왜 따라와서 또 이러냐고 했다. 숨을 고른 나는 정리가 무슨 뜻인데 하고 물었고 전정국은 엄청나게 망설이다가 나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뭘 했냐고? 걔한테 다시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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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정국이랑 사귀게 됐다. 연애 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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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니 좋네. 주변이 다 꽃밭으로 보이고 바람만 불어도 재밌고 그렇다. 안희주랑 사귈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나도 전정국 정말로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오늘 안 사실인데 전정국은 앞니가 톡 튀어나와 있다. 토끼 같아. 귀여워. 말해주니까 콤플렉스라고 했다. 그게 왜 콤플렉스지 귀여워 죽겠는데. 아, 혹시 이게 콩깍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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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랑 싸웠다. 진짜 별거 아닌데 또 생각해보면 정말 별 일 같기도 하다. 딴 게 아니라 말하다가 문득 나온 건데 누가 위에 올라타는지, 라는 주제로.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전정국 위를 올라타는 장면밖에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나 아니야? 라고 했는데 전정국이 비웃었다. 당연히 자기 아니냐고 했다. 자기가 키가 더 크고 몸도 탄탄한테 자기가 올라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처음에는 가볍게 받아치다가 나중에는 서로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 물건 던지고 차고 난리가 났다. 사과해야 하나 전정국이랑 냉전 상태에 있는 건 싫은데. 그런데 사과하면 암묵적으로 전정국이 올라타는 걸 인정한다는 뜻 아니야? 그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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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사과했다. 내 말이 너무 심했다고. 자존심 때문에 네가 올라탄다는 걸 인정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전정국은 내가 밑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대충 넘기지 뭐. 아무튼 내심 전정국도 기다렸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사과하니까 자기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정말 귀여워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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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랑... 잤다. 아니... 새로 나온 게임 하러 전정국 집에 가서 열심히 하다 잠시 널부러져 있던 무렵이었다. 전정국이 먼저 말을 꺼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저번에 그 이야기 결론 안 난거 같지 않냐고. 사과할때 그 이야기를 못 들은 거 같은데 자기가 올라타는 쪽이라고 말을 하는 거다. 나는 다시 반박했다. 키를 가지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했더니 자기는 거기도 좀 크댄다. 나도 솔직히 다른 애들거를 보진 않았지만 내 사이즈가 평균보다는 크다고 알고 있었기에 반박했다. 내가 너보다 더 클 거라고. 그러니까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키 작은데 거기는 크면 무슨 개그냐고. 말로만 반박하다가 서로 또 화나서 야 그럼 까 봐! 하고 오기로 각자 허리춤을 풀러내리기 시작했는데... 푸는 전정국 옷이 들춰지면서 하얀 복근이 자리잡힌 배가 드러난 거다. 걘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씩씩거리며 바지를 내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핀트가 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정국이 내 밑에서 엉엉 울고 있었고... 옷 하나도 안 걸친 채로... 그 하얀 속살이 다 불그스름해졌는데.. 나 어떡해 쓰다가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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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자 결국 전정국은 인정했다. 우리 둘 사이에서는 내가 올라탈거라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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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심심해서 일기장 처음부터 봤는데 안희주한테 감사인사나 해야 할까 봐. 아니면 정국이랑 사귀고 있지도 못했을 텐데. 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다. 근데 그러면 정국이가 날 죽일 테니 여기에 써야지. 전정국 진짜 예뻐 전정국 정말 귀여워 영원히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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