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백야행(白夜行) 上 4월에 서리가 내렸다. 지민이 사는 냇골은 한여름에도 선선한 느낌을 받을 정도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며칠 뒤 소복이 쌓인 흰 눈은 놀라울 만했다. 마치 한겨울마냥 냇골 전체를 뒤덮은 눈송이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내게 했다. 4월에 이 정도의 눈이라. 미닫이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입 속으로 되뇌이던 지민은 수풀 사이로 자그마한 정수리가 보이자 눈을 의문스럽게 깜박였다. 선생님! 외치는 목소리는 작지만 우렁차기까지 하다. 무슨 일이길래 저리 뛰어오며 부르는 걸까. 궁금해하며 서둘러 밖으로 발을 딛었다. 앞머리가 휘날려 이마를 훤히 까 보이며 달려온 소년은 지민의 바로 앞에 멈추어 섰다. "무슨 일이니? 그리 뛰어오고." 어지간히 급했는지 헥헥이.. 더보기 이전 1 2 3 4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