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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지정] Diary of JM

* 트위터 썰 백업

 

 

 

정국아, 난 가끔씩 생각해보는 것이 있어. 그 때 만일 네가 나에게 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면 아마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겠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나에게 손을 뻗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해. 더듬거리며 손을 뻗어 나를 달래면서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괴로워할 이유는 없다고 반복해서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그건 내 잘못이었어. 나의 존재 이유만으로도 잘못인 걸 알고 있지... 나는 아마도 평생 나를 용서하지 못할 거야.

 

나는 늑대인간이야. 매달 달이 차는 때가 되면, 나는 커다란 늑대로 변하지. 변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워. 온몸에 털이 자라나고, 날카로운 이빨이 생기고, 단단한 발톱이 생살을 뚫고 나오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내가 늑대로 변해있는 동안은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야. 나에게 잘해주던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어.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고, 고칠 수 없는 것이지. ...늑대로 변한 나는 매우 위험해. 야생의 늑대들과 완전히 똑같으니까. 아니, 그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지. 나는 내게 접근하는 생물체는 모든 공격해. 피투성이가 되어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아.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온 후 내가 저지른 흔적들을 보고 좌절했던 때도 수없이 많았어. 그러나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는게 일상이 되었지.

 

어쩌면 나는 매달 한 번 늑대가 되었을 때, 나의 흉포함을 풀어버리는 것일런지도 몰라. 늑대인간이 되기 전에, 내 안 어딘가에 숨겨져있던 잔인한 본성이 드러나 극대화되는 것일수도 있고. 쌓이고 쌓이는 스트레스를, 매달 변하는 동안 마음껏 살육을 저지름으로써 해소하고 되돌아오는 것일런지도?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믿고 싶지 않아. 그러면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니까.

 

너는 궁금해했지. 왜 한달에 한번씩, 나와 연락이 되지 않는 걸까에 대해 의문을 가졌어. 나는 네가 물어올 때마다 수없이 많은 변명을 했었어. 기억나? 그 중에는 너털웃음이 나올 정도로 성의없는 변명도 있었으며, 털끝만큼 남아있는 양심에 찔릴 만큼 심각한 변명들도 있었지. 그래도 너는 그런 나의 말에 수긍했어. 나는 처음에 네가 나의 말을 믿어주는 줄 알았어. 내 눈에 보이는 너의 얼굴이, 정말로 그랬으니까. 너의 맑은 눈동자가, 내게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네가 몰래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지. 매번 없어지는 나, 그리고 그날 밤에 떠오르는 둥그렇게 찬 달. 처음에는 그저 전설에만 있는 건 줄 알았겠지. 늑대인간 따위는, 판타지소설에나 나올 법한 상상이라고. 실제로 주위에 그런 자가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렇게 의심을 하면서도, 설마 내가 그럴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겠지. 실제로도 그랬어, 넌.

 

 

'늑대인간이에요? 보름달이 뜨면 사라지게.'

 

 

너는 너 자신도 믿겨지지 않아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 분명하겠지. 그렇게 말하고도 말도 안된다는 듯, 곧 웃음을 터뜨렸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어. 정말로 알고 한 말 같아서. 내가 늑대인간임을 알고, 확인하고자 한 말 같아서.

 

그때 네가 물었던 게 왜 생각나는지 모르겠네. 넌 내 등에 남은 큰 흉터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지. 이게 대체 뭐냐고, 아프지도 않냐고 물으면서 너는 내 흉터를 손가락으로 흝으며 걱정했잖아. 나는 교통사고로 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내게는 동생이 하나 있었어. 비록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한참 전의 일이지만, 그 일만은 또렷히 기억나. 

 

내 기억의 시작은 연구소야. 매일 새로운 약을 만들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실험하는 곳. 수많은 아이들중에 나와 동생이 있었어. 동생은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칼을 무척이나 잘 썼어. 그게 원래부터였는지, 아니면 수많은 훈련과 실험을 거쳐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고, 실험에 참여했어. 물론 자발적으로 했다는 건 아니야. 단지 하지 않으면 굶어죽거나 총살당하니까,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어. 모두들 탈출을 꿈꿨지만 그건 불가능했지. 연구소에서 내부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되었어.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우리들을 전부터 불쌍하게 여기던 사람이 있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연구소에 불이 난 거야. 수많은 사람들이 타죽었고, 나는 그 곳에서 가까스로 도망쳤어. 동생과 함께. 우리는 혹시나 있을 추적을 피해 멀리멀리 달아났어. 그리고 버려진 집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어. 그 때 나는 몰랐지. 내가 내 손으로 동생을 죽이게 될 줄은.

 

연구소가 무너지기 전에 어떤 주사를 맞은 기억이 있어. 많은 아이들이 실험 대상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된 것은 나뿐이었어. 성공이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살아남은 게 나뿐이었으니까. 보름달, 늑대인간. 나는 어느날 갑자기 늑대가 되었어. 그동안의 기억은 없어. 단지 정신이 되돌아온 다음에 보이는 건 갈기갈기 찢겨 죽어있던 동생과, 타오르는 고통이 느껴지는 등이었으니까.

 

동생이 나를 알아보았을 리는 만무했어. 늑대가 나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칼을 들고 날 공격했을 거고. 나는 사정없이 동생을 물어뜯어 죽였을 거야. 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난 후에야, 나는 내 정체가 무엇인가를 깨달았어. 너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야.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특히 너한테는 더더욱.

 

정국아, 너는 혹시 알까 모르겠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나는 처음부터 널 보았을 때 네 눈동자에 사로잡혔어. 유난히 투명하고 새카만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어.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네게 다가가지는 않았지. 왜였냐고? 그건 바로 내 위험성 때문이었으니까. 섣불리 다가갔다가 만일 너를 다치게 하면 어쩔까 겁먹어서 그랬어. 다른 동물들이나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해도 내 자신이 무척이나 저주스럽고 원망스러운데, 내가 사랑하는 너에게까지 그리한다면.

 

그러나 네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지. 나에게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손을 잡고. 나는 너를 밀어내려고 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지, 이미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기 바빴으니까. 나는 네 손을 잡고, 네게 입맞추면서 안이한 생각을 했어.

 

...그래, 그냥 한 번만 숨기는 거야. 딱 한 번씩만, 둘러대면 되겠지. 라고.

 

그게 잘못이었어. 나는 그때 너를 밀어냈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솔직히 중간에 네게 사실을 털어놓고 싶을 때도 있었어. 하지만 그러면 일어날 상황이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했지. 하하, 참 웃기지 않아? 처음에는 네가 다칠까봐 다가가지도 못했으면서, 너와 가까워진 후에는 혹여나 네가 날 떠날까봐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라니.

 

너는 나를 뒤쫓아왔겠지. 그리고 늑대로 변해 난폭하게 다니는 나를 보고 무척이나 놀랐을 거야. 설마 정말로 늑대인간이 있었을 줄은, 그리고 그게 나였을줄은. 그 때 왜 내게 다가왔어? 너는 도망쳤어야 했어. 다시 한 번 말해두지만, 늑대일 때의 나는 생각이 존재하지 않아. 단순히 본능만을 쫓고, 기적같은 건 없어.

 

아니, 기적은 존재했던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지금 내가 너를 볼 수 있는 거겠지.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온 나는 손에 묻어있는 피들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이번에는 여우를 죽였나? 하지만 그 생각은 나무등치에 쓰러져 있는 너를 본 순간 사라지고 말았어. 피투성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피가 익숙하지 않아졌지. 네 얼굴에 날카로운 줄이 쫙 나 있었어. 그게 내 발톱이 낸 것이라는 건 극명했지. 벌벌 떨고 있는 나에게 너는 손을 들어올렸어. 그리고 울려퍼지는 목소리.

 

 

'형...나 여기 있어요, 난 괜찮아...'

 

 

넌, 웃어보이더라. 힘겹게.

 

다행히 너는 목숨을 건졌지만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해. 내가 사랑하던 눈동자는 이제 없어. 한 때는 시리도록 맑은 빛을 내던 그것을, 내가 이 두 손으로 앗아갔어. ...앗아간 건 두 눈뿐만이 아니야. 얼굴에는 심한 상처가 남았지. 몸 군데군데 나있던 상처들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너는 나를 용서했어, 나는 나를 용서하지 못했는데도.

 

정국아. 너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어? 꿈 속에서의 너는 온전한 두 눈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려나. 나는 이렇게 나 혼자만이 깨어있는 순간이면 생각해. 만약, 내가 너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너를 밀쳐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비참한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겠지. 너에게 묻고 싶어.

 

아직도 나를 사랑해?

 

잠에서 깨면 넌 사랑한다고 말해주겠지. 그러나 나는 그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어.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아껴주지는 못할망정, 망가뜨렸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 내일 모레면 다시 보름달이 떠, 내 사랑아. 이번처럼 그때가 싫은 적은 없었어. 마음같아서는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너는 이렇게 힘든 상태에서도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피해버리면 안 되겠지.

 

나는 평생 네게 속죄하면서 살아갈 거야. 그리고 네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날, 나 또한 너를 따라갈게.

 

 

ㅡ사랑해,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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