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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 커플 스와핑 썰 6~17(完)

6.

 

태형의 성기가 안으로 들어오자 정국은 입술을 꾹 깨물었음. 뒤이어 흔들리는 몸에 정국은 시트를 휘어잡았음. 지민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섹스에 정국은 헐떡이며 태형을 쳐다봄. 인터코스도 부드럽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부드럽게 이어가고 있는데 절 내려다보는 태형의 시선이 어딘가 쎄했음.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 할까.

​"왜?"

태형은 정국의 시선을 느끼곤 허릿짓을 멈췄음. 갑자기 멈춘 허릿짓에 정국은 가슴팍을 들썩이며 태형을 쳐다봐. 태형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음. 땀도 흘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흔한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아. 태형이 손을 들어 땀에 흠뻑 젖어있는 정국의 앞머리를 쓸어올렸음. 재미없어? 태형의 목소리가 이어졌음. 재미 따위를 논할 리 있을수가 없잖아, 이딴 거에. 정국은 그저 숨을 몰아쉼. 그러자 태형이 미소지었음. 미치도록 아름다운 미소에 정국은 순간적으로 홀려버림.

"그래. 어차피 오늘 하루만인데, 재미있게 가볼까?"

​말이 끝나자마자 태형은 정국의 몸을 뒤로 훅 돌림. 바뀐 체위에 정국이 허리를 세우지도 못하고 있을 때, 태형이 양 손으로 정국의 허리를 붙잡아 세움. 그리고 머리채를 아프게 휘감아 뒤로 땡김. 뽑혀나갈듯 센 손아귀 힘에 정국은 저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 그러자 태형이 다른 손으로 정국의 입을 틀어막은 후 손가락을 집어넣고 마구 휘저음. 머리칼은 뽑혀질 듯 아파, 치열을 흝고 목구멍을 쑤시는 긴 손가락에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아. 정국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음. 정국은 읍읍거리며 도망가려고 함. 그러자 태형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정국의 입 안을 농락하기 시작함. 태형의 손은 정말 현란했음. 정국은 방금전까지 토악질을 느꼈던 감정은 온데간데 없고 흥분해서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함. 입 안에 성감대가 있을 줄은 몰랐지. 가슴팍이 닿아오는가 싶더니, 태형이 정국의 귀에 속삭임.

​"느껴?"

​태형의 목소리는 악마보다 위험하며 섹시했음. 네가 원하면, 널 굴복시켜 줄 수 있어... 태형이 나른하게 속삭였음. 그리고 손가락을 빼냈지. 정국의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리고 헉헉거리는 소리가 나왔음. 아, 이거야. 정국은 알아차렸음. 제가 원하던 건 부드러운 섹스가 아니였어. 지민과의 관계에서 왜 권태기를 느꼈는지 알게 되었음. 난 정복당하고 싶다. 정국은 정신이 나간 목소리로 태형에게 애원함.


"날 죽여줘요..."


흐느끼는 정국의 목소리에 태형이 미소지었음. 태형의 눈에는 아까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욕망이 가득한 눈동자가 차 있겠지.



7.


지민은 석진을 눕히고 애무를 하고 있었음. 입술이 닿을 때마다 움찔 움찔 하는 몸을 모른 채 내버려두고 지민은 허리를 쓸어내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펠라는 석진의 혀놀림에 섹스를 해야겠다, 로 바뀌어 있었지. 석진의 몸에는 작은 상처가 여기저기 나 있었음. 허벅지에는 동그렇게 탄 자국이 남아 있겠지. 지민은 그게 뭔지 알아차렸음. 태형이 담뱃불로 석진의 허벅지를 지진 거야. 지민은 혀를 내밀어 그 부분을 핥았음. 그러자 석진이 엄청 놀라며 상체를 들겠지. 하지만 지민은 다른 손을 뻗어 석진의 상체를 눌렀음. 석진은 지민의 혀에 긴장했던 몸이 점점 흐물흐물해져가는 걸 느꼈음. 그도 그럴것이 태형과는 완전히 달랐거든. 오로지 자신의 반응을 보며 제가 잘 느끼고 있나, 에 집중하고 있어. 뒤를 넓히는 작지만 단단한 손가락에 석진은 죽을 것만 같겠지.


"괜찮아요?"


물어보는 목소리는 쓸데없이 다정해. 석진은 고개를 끄덕임. 그러자 지민이 웃어보이지. 그럼, 넣을게요. 아프면 말해요. 석진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어. 아플 리가. 이미 태형과의 관계를 통해 고통을 느끼지 않는 법을 배운 석진이거든. 그래도 밀려들어오는 둔탁한 느낌에 손을 퍼득이겠지. 그러자 지민이 손을 뻗어 석진의 손을 잡아주고 깍지까지 껴줌.


섹스는 전체적으로 다정했어. 지민은 석진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며 허리를 썼고 석진도 나중에는 온전히 지민을 느끼며 헐떡였지. 지민은 그런 석진을 보며 충동이 들었음. 저 사람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걸 듣고 싶다, 내 이름이 불려지고 싶다. 그래서 지민은 허릿짓을 더 세게 하며 석진에게 말함. 석진씨, 제 이름 불러줘요. 흘러나오는 지민씨, 라는 말에 지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함. 그렇게 말고, 지민이라 불러줘요.


"아흐윽, 지민,...아!"


쾌감에 석진은 지민의 이름을 부르며 목을 껴안겠지. 지민은 그런 석진에게 고개를 돌려 깊숙히 키스함. 지금 이 순간 지민은 제 애인인 정국이가 생각나지 않겠지. 오로지, 제 밑에서 할딱이는 석진에게 미쳐갈 뿐이었음.



8.


방문이 열렸음. 지민은 방에서 나오는 정국을 보지. 지민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안 정국이 걸어가려고 하기 전에, 태형이 정국을 붙잡고 뭐라고 속삭였음. 지민은 무슨 말을 했나 궁금했지만 목이 마른지 물을 마시러 나오는 석진에게 눈이 돌아가고 맒. 그런데 가려던 석진을 태형이가 콱 붙잡겠지. 석진은 당황한 듯 해 보였음. 지민이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정국이가 저에게 걸어왔음. 그리고 뒤에서는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와.


"오늘 즐거웠어. 잘 가."


손을 흔들어보이는 태형의 모습에 지민은 빨리 꺼지라는 뜻을 읽어냄. 그래서 정국이를 붙잡고 집을 나가겠지. 목적은 지극히도 단순했고 그게 달성되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어짐.


문이 닫히고 지정이들이 사라지자 태형은 곧바로 석진의 머리채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감. 너무나도 급작스러웠던 탓에 석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도로 끌려들어가겠지. 석진을 침대 위로 내팽겨친 태형은 위로 올라타서 석진의 목을 살짝 조름. 숨이 막히자 석진은 끅끅대며 태형의 손을 떼려 하겠지. 그러나 번뜩이는 태형의 눈에 반항을 멈춤. 그러자 태형이 목을 졸랐던 손을 풀고 석진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입을 엶.


"잘 하고 왔어? 지민이 얼굴 보니 만족했던 거 같은데."


석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태형을 올려다봄. 더없이 부드러운 손이지만 몸은 벌벌 떨리기 시작했음. 태형이 무슨 짓을 할 건지 바로 감이 왔기 때문이었음. 대체 어디서 심기가 거슬린 걸까. 태형은 말없는 석진에 대고 말을 잇겠지. 지민이 잘해? 좋았어? 태형은 공포에 질려 있는 눈으로 절 보는 석진을 발견했음.


"왜 그런 눈으로 날 봐."


태형이 비릿하게 웃었음. 형... 학습능력이 되게 없다. 태형이 벌벌 떨고 있는 석진의 몸을 부드럽게 껴안아주며 속삭였음. 형이 그런 눈을 하면 할수록 괴롭히고 싶다는 거 왜 아직까지 몰라...? 나긋나긋하게 떨어지는 저음에 석진은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는 걸 느끼겠지. 지금 태형이와 하면 죽는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에 석진이 태형을 퍽 하고 밀쳐냄. 밀쳐낼 때 잘못해서 석진의 손톱이 태형의 가슴팍에 생채기를 남김.


"아."


태형이 짧게 내뱉으며 가슴팍을 내려다봄. 엷게 피가 배어나오고 있겠지. 석진이 잘못했단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몸은 딱딱한 바닥에 몰아붙여진 뒤였음.



9.

정국은 쇄골이 물어뜯겨진 자국을 거울에 비춰보다가 옷을 끌어올림. 스와핑을 가진 건 일주일 전. 정국은 어쩐지 태형을 잊을 수가 없었음. 태형은 정말 철저하게 절 정복하고 모욕감을 주었지만 그를 통해 새로운 흥분을 느낀 정국은 지민과의 관계에서 흥분을 느낄 수 없었음. 지민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정상위를 선호하였기에 이미 체위부터 자신에게 흥분을 주긴 글러먹었음. 그저께 지민과 관계하다가 쇄골에 남은 상처를 보고 지민은 말없이 손끝으로 한 번 쓸고서는 섹스를 이어나갔었음. 짧은 시간이 끝난 후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정국은 손끝으로 핸드폰을 수없이 만지작거려. 그때 헤어지기 직전 태형이 말한 게 있었지. 자기 전화번호를 저장해뒀다고, 생각나면 전화하라던 태형의 목소리. 정국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수천번 태형의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통화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실제로 누르지는 못했음. 만일 누른다면, 그래서 통화가 이어진다면 그건 합의하에 된 게 아닌 바람으로 이어지는 것이니까. 지민과의 권태기는 맞았지만 그래도 정국은 아직 지민이를 사랑했음. 

"형."

"응?"

"사랑해."

난데없는 고백에 노트북에 시선을 주고 있던 지민이 고개를 돌려 정국일 바라봄. 사랑해. 정국은 재차 말했음. 그러자 지민이 피식 웃으며 말함. 나도 사랑해. 지민의 대답에 정국은 다른 손으로 저장되어있던 태형의 번호를 지움. 삭제되었습니다, 하는 안내문에 정국은 이게 맞다고 스스로를 다스림.

10.

정말, 형이 나 없이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석진은 어제 들었던 태형의 말을 떠올림. 정신차려 형. 형 머리카락 하나하나 나에게 다 맞춰져 있는 거 몰라? 여유롭게 물을 마시는 태형에게 석진은 울컥해서 쏘아붙였음. 내가 왜 너 없이 못 살아? 나 너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 착각하지마. 그러자 태형이 정말 웃긴 말을 들었다는 듯 배를 잡고 웃어댐. 미친 사람처럼 웃어제끼는 태형의 모습에 석진은 주먹을 쥠. 하. 태형이 머리를 쓸어올리고서는 말했음. 정말? 그럼 도망가봐. 그리고 다음 말에 석진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음.


- 그런데 형이 나 말고 갈 사람이 있기나 해?

​그 말이 맞았음. 석진은 태형을 제외하고서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 태형이 주변 사람을 다 내쳐버렸기 때문에 석진은, 도망갈 출구조차 없었지. 그런 석진을 보고 태형은 잔을 내려놓고 와 석진에게 키스하며 중얼거렸음.

- 형,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형은, 나 못 떠나.

가슴에 퍽 내려꽂히는 말. 석진은 널브러진채 가만히 있었음.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몇십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데, 그중 내가 도망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니. 그때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석진은 몸을 벌떡 일으킴. 지민이가 생각났겠지. 관계 내내 절 부드럽게 대해주고, 황홀한 시간을 선사해준 박지민. 석진은 옷을 대충 챙겨입고 바로 집을 나섬.



11.


정국이는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는 지민이를 바라봐. 요즘 지민이가 조금 이상해. 물론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오래 지내온 정국은 알 수 있었음. 한두번이 아니었지. 지민이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전화가 세 번쯤 걸려왔어. 그 중 한 번은 정국이 전화를 받았지만 1분 동안 아무런 말도 이어지지 않은 채 끊겼음. 지민이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 뿐. 그런데 정국인 무척이나 신경이 쓰여서 죽을 맛이겠지.

"형 요즘 나한테 소홀한거 알죠?"

정국이가 물었음. 정국이랑 같이 걷던 지민이는 제자리에 멈춰서 정국을 쳐다봄. 정국인 조금 화나 보였음. 지민이가 그런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 하고 바로 사과함. 사과를 들어도 정국인 서운함. 그래서 입술을 꾹 깨물고 말하겠지. 형. 지민이 다시 응. 하고 대답함. 사랑해요. 정국은 서운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썼음. 그러나 전처럼 바로 나도 사랑해, 하고 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겠지. 정국은 고개를 돌려 지민을 쳐다봄. 그제서야 지민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오겠지.


"...나도."


어쩐지 진심이 안 느껴졌다고나 할까. 정국은 단단히 마음이 상하고 말았음. 그래서 데이트고 뭐고 내팽겨치고 혼자서 앞으로 나가겠지. 당분간 연락하지 마요, 하는 소리를 내뱉고서.


지민은 멀어져가는 정국을 보고 멍청하게 서 있었음. 왜일까, 사랑한다고 바로 말이 나왔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음. 가서 붙잡아야 하는데, 정국이를 붙잡아야 하는데 생각하지만 발은 안 움직여. 그때 지민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나겠지.


"지민씨.."


석진이었음. 지민은 갑자기 나타난 석진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뜸. 어떻게 날 찾아왔어요, 따라온 거에요? 묻고 싶었지만 지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음. 왜냐하면 석진이 너무나도 지쳐보였기 때문임. 지민은 단박에 태형과 뭔 일이 있었구나 싶지. 지민은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도움을 찾아 저까지 찾아온 석진을 내칠 수 없었음.



인기척이 없는 철교 위로 온 지민은 석진을 놓아주었음. 그리고 묻겠지. 혹시 저한테 전화 건 게, 석진씨에요? 석진은 고개를 끄덕임. 지민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석진을 응시하지. 얼마쯤 기다렸을까, 석진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음. 지민씨...나 좀 도와주면 안돼요? 석진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림. 태형이랑 그만하고 싶어요, 태형이랑 끝내고 싶어요, 제발... 하지만 지민은 석진의 생각보다는 냉정했음.


"그럼 끝내고 와요.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석진은 지민을 쳐다봄. 난간에 팔을 올려둔채 비딱하게 절 보는 지민이 야속하겠지. 석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음. ...그게 안 되어서 찾아온 거에요, 지민씨까지. 아니, 지민씨밖에 없어서...난... 석진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림. 지민은 김태형이 정말 개새끼구나를 다시 한 번 느낌. 이 짧은 대화에서 태형이 석진을 어떻게 취급했는지 알게 되었음. 자의로 끝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김석진의 모든 것을 저에게 맞추어 길들여놓았단 거였음. 석진이 제 발로 태형을 떠나 도망쳐도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태형에게로 되돌아오게 되겠지. 그리고 또 전처럼 등신같은 취급을 받으며 살 테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태형에게 돌아갈 발목을 끊어줄 사람이 필요했음.


"도와주면, 뭐 해줄 건데요?"

"네?"


석진은 멍청하게 되물음. 지민은 자세를 고치며 반복함. 도와주면, 뭐 해줄 거냐고요. 석진은 그것까진 생각 못했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음. 지민의 시선에는 핏기가 없는 석진의 입술이 잡히겠지. 전혀 충동들지 않는 입술이었는데도 지민은 동했음. 그래서 지민은 석진에게 다가가 키스함. 진득하게 혀를 얽고 떨어지는 지민.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멍한 석진에게 지민이 말함.


"이걸로 받을게요."

 


12.


그 뒤로 지민이와 석진이는 각자 애인에게 비밀로 하며 만남. 처음에 지민이는 단순히 석진이를 태형에게서 떼어주기 위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석진에게 끌리게 되겠지. 정국에게서는 거의 마음이 떠나 있었음. 김석진을, 김태형에게서 뺏어와야겠다. 지민의 머릿속에는 그걸로 가득 차 있었음. 석진과 통화할 때마다 지민의 입가에는 없어져있던 웃음이 걸리겠지. 그리고 그건 석진도 마찬가지인 듯, 죽어있던 얼굴에 희미하지만 생기가 돌기 시작했음.

정국이는 의심스러움. 지민이 자기 몰래 뭘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심증이 있겠지. 다른 사람과 연락을 하고 있는 거다. 그게 석진이라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국은 미쳐 죽을 지경임. 심증은 존나게 있는데 물증이 없어. 통화기록도 하나도 없고 문자도 깨끗해. 그 때 정국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오겠지. 예민한 정국은 모든 게 짜증나서 무시하다가 연달아 울리는 소리에 결국 받아듦. 받자마자 욕 한 사발 하고 끊으려 했던 다짐은 무색하게, 정국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입을 다뭄.

- 니 애인 요즘 뭐 하고 다니는 지 모르지?

태형이었음. 그 말을 듣자마자 정국은 심증이 물증이 되겠지. 박지민이 김석진을 만나고 있구나. 정국은 주먹을 꽉 쥐었음. 태형의 말이 흘러나옴. 자세히 알려줄까? 듣고 싶으면 내 집으로 와. 어딘지는 알지?

 

13.


태형은 현관문을 열었음. 그러자 굳은 얼굴로 서 있는 정국이가 보임. 빨리 왔네. 태형은 들어오라는 의미로 몸을 비켜주고 정국인 안으로 들어왔음. 정국이는 바로 본론을 꺼내겠지. 당신 애인이 우리 형 만나고 있어요? 웃는 태형의 얼굴에 정국은 어이가 없겠지. 아니, 박지민도 박지민이지만 김석진이 바람핀다는데 어떻게 저리 여유로울 수 있지. 정국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음.

"어차피 김석진이 날 떠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뭐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태형이 정국의 앞에 섰음. 정국은 절 바라보는 눈동자에 입술이 바싹 마르는 걸 느낌. 잔뜩 화나서 앞뒤 잴 것 없이 태형의 집으로 온 자신이지만, 김태형이라는 남자는... 대단했음. 정국인 뱃속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지.

"그때 너 맛있더라."

저질스러운 태형의 말에 정국은 살짝 입술을 깨뭄. 태형은 그런 정국의 입술에 손가락을 댔음. 아, 미쳤다. 정국은 태형의 손가락이 제 입술에 닿는 순간 떠올려버림. 스와핑 날, 절 완벽하게 지배했던 김태형을. 그의 밑에 놓여져 잔뜩 짓밟히며 흥분했던 자신을. 정국은 신음했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정국을 따라 태형이 몸을 수그림.


"어때."


태형이 정국의 눈을 마주하며 제안했음. 알려줄까. 정국은 태형의 말에 전율했음. 움찔, 떠는 정국을 보며 태형은 발끝으로 정국의 중심부를 꾹 누름. 정국은 어금니를 꽉 깨물겠지.


"원해?"


정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태형의 목을 끌어당겨 깊숙히 키스함. 정보를 알기 위한 섹스일까, 아니면 이미 여기에 온 목적은 퇴색되고 태형과 몸을 섞는 걸까. 정국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태형의 등에 손톱을 꽂아넣으며 신음함.


14.

​지민은 석진과 몸을 섞고, 태형은 정국과 몸을 섞고. 네 사람 모두 말은 안 했지만 서로가 어긋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 다만, 그 누구도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이지. 관계는 옛적에 무너진 지 오래. 누가 먼저 말하느냐에 따라 바뀔 상황이었음. 그러나 정국의 말에 다시 상황은 꼬이고 맒.


어느 날 태형과 한 침대에 누워있다 일어난 정국은 갑자기 지민이 미친듯이 보고싶어지겠지. 지민이 너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음. 우리들 중 아무도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안 했잖아. 그러니까,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가면 지민이 형은 날 받아줄 거야. 지민이 형이 나한테 오면 김석진 또한 김태형한테로 돌아갈 거고. 그래서 정국은 훅 내뱉겠지.


"나 집 갈래요."

"그래?"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에요."

"그래."


정국의 말에도 태형은 태연했음. 태형 또한 정국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탓이었지. 정국과 함께 몸을 섞은 지난 시간은 재밌었지만, 이제는 김석진을 잡아 족칠 타이밍이었음. 물론, 제가 직접 잡아올 생각은 아니었음. 버려진 김석진은 자신한테 돌아와 용서를 구할 거니까. 제발 받아달라고. 그래서 태형은 정국을 현관까지 친절히 배웅해줌. 이마에 짧게 키스를 해주며.


"잘 가. 즐거웠어."


정국은 그런 태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을 돌림. 문이 닫혔고, 정국은 다시는 태형과 몸을 섞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전과 같은 아쉬운 생각은 들지 않겠지. 박지민을 잡자. 원래대로 되돌리자, 이 상황을.



15.


정국은 지민과 살던 집으로 돌아옴. 그리고 오자마자 지민을 불렀음. 지민이 형? 그런데 대답이 들리지 않지. 정국은 뭔가가 잘못된 것을 느꼈음. 정국이 예상한 최악의 상황은 석진과 같이 있을 지민이었음. 집 안에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건 예상에도 없었음. 사람이 오랫동안 없었던 것을 보여주는 듯 느껴지는 싸늘한 냉기. 아니야, 아닐 거야. 정국은 미친듯이 집 안을 돌아다녔음. 형, 형? 형!! 하고 부르며. 정국은 현실을 부정하다가 지민에게로 전화를 걸겠지. 떨리려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연결 버튼을 누른 정국은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맒.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전화이므로...


지민이, 절 떠났음. 완벽하게. 번호까지 바꿔가며.



16.

길을 걷고 있던 태형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섰음. 저 앞에서 걸어가는 두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던 탓임. 김석진과 박지민. 태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가는 지민과 석진을 바라봄.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었음. 그 분위기에서 알 수 있었음.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걸. 태형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점점 멀어져가는 지민과 석진을 가만히 바라봄. 그때, 태형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림. 태형은 핸드폰을 받아들었음. 그러자 정국의 목소리가 들림.

​- 지민이형이 떠났어요.

정국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음. 알아. 태형은 속으로 생각했음. 지민의 머리에 붙은 잎사귀를 떼어주는 저 손을 보면 알아, 전정국. 태형은 석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함. 김석진의 머리카락 한 올 까지 다 지배해놓았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었던 걸까. 답은 눈을 조금만 돌리면 알 수 있었음. 박지민.

- 다 필요없으니, 지민이 형 돌려줘!!

정국은 울부짖었음. 지민이 형, 돌려주라고!!! 태형은 그걸 끝까지 듣고 있었음. 그러다 정국이 흑흑 흐느끼기 시작하자 핸드폰을 끊어 주머니에 넣음. 이제 더는 의미없지. 그리고 몸을 돌려 지민과 석진이 걷는 길의 반대편으로 떠났음.

17.

"그렇게 좋아요?"

씻고 나온 지민이 물었음. 석진이 고개를 끄덕였음.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석진에게 지민은 웃으며 다가감. 우리 형 왜 이렇게 귀여워요. 석진은 쪽 하고 입을 맞춰오는 지민에 웃어버림. 행복한 웃음이 방 안 가득 울려퍼졌음. 젖은 지민의 머리칼이 석진의 목덜미를 간지럽히자 석진은 몸을 움칠했음.

​"추워요?"

"아니..그건 아닌데."

절 바라보는 지민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석진은 고개를 돌려버리려 했음. 방금 전 몸을 섞었는데도 다시 뜨거워지는 지민의 눈동자를 느꼈던 탓임. 그러나 지민은 그런 석진의 턱을 붙잡아 진득하게 키스하겠지. 키스는 섹스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야하고 질척한 키스.

"​불...불 끄자."

급하게 시작되려는 섹스에 석진이 지민을 말림. 지민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작은 책상에 놓여있던 등을 끄려 하겠지. 그러다 손이 엇나가서 실수로 등을 밑으로 밀어버려, 챙그랑 깨지고 맒. 날카로운 소리에 두 사람은 당황했지만 어두워진 분위기에 그것도 잠시 서로를 격렬하게 탐하겠지. 석진은 지민이 자신의 구원자라고 생각하며, 지민의 등을 껴안았음.

하지만 석진은 알았을까. 결국 석진이를 구해준 지민이도 원래 사귀던 애인인 정국을 버린 사람임. 언젠가는, 지민도 석진이를 정국이처럼 버릴거임. 볼품없이 깨진 유리전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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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재밌게 썰풀어주신 희담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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